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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스크랩] 숭례(崇禮)에서 청계(淸溪)까지

  
숭례(崇禮)에서 청계(淸溪)까지
                        김 종 제 
해방 같은 8월이 되었으니
감옥의 쇠사슬에서 풀려났으니
억압의 돌을 다 걷어내고
어머니, 젖가슴의 흙을 만져보자
봄부터 돋아난 민초(民草)가
가을 지나 겨울까지
푸르게도 살아 있어
맨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보자
여름의 소나기가
숭례에서 청계까지 흘러가
함포고복(含哺鼓腹) 뛰어 노는 
냇가의 물고기를 보자
얼굴의 두터운 탈도 벗겨내고
겹겹의 몸뚱어리
껍질도 뜯어 내던져버리고   
벌거벗은 어린 아이의
손과 발로 첨벙 첨벙
흙장난 물장난도 실컷 해보자
세상의 문(門)이란 
문(門)은 다 열어 놓고 
걸어가다가
세상의 천(川)이란
천(川)은 다 드러 내놓고
흘러가다가
나비처럼 나풀거리다가
잠자리처럼 곡예를 하다가
풀 위에 물 위에 
앉았다가 누웠다가
새벽 이슬로 세수를 하고
저녁 우물로 등목을 하고
대문 열어 놓고 도랑 파 놓고
질퍽한 마당에 판 하나 벌여놓자 
출처 : 숭례(崇禮)에서 청계(淸溪)까지
글쓴이 : 구석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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