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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스크랩] 집을 짓다

  
    집을 짓다
                   김 종 제 
남은 생애를
슬쩍 기대어 살고 싶어,
너의 몸에 
집을 짓는 중이란다
너의 여린 마음을 깊게 파서
주춧돌 다져놓고
곱게 다문 입술에
대들보와 기둥을 올리고
선한 눈빛으로
서까래와 지붕을 얹으면
누구에게
무엇 하나 방해받지 않은
일년 삼백 예순 날, 하냥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너의 가슴에
방 한 칸 만드는 것이란다
때때로 찾아올 손님과
차 한 잔 마시며 꽃 피우게
창 없는 마루를
너의 어깨에 깔아놓고
밥 한 공기씩에 
된장 한 그릇과 김치 한 접시
숟가락과 젓가락이 전부인
소반을 놓으려고
너의 무릎에 부엌을 들인다
쏟아지는 애증의 눈비라든가
불어오는 간난의 바람이라든가
내가 세운 집이
조금씩 허물어진다 하더라도
내 이름 새긴 문패를 
너에게 
걸어 놓고 싶은 것이란다 
출처 : 집을 짓다
글쓴이 : 구석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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