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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스크랩] 뼈 혹은 얼음

  
       뼈 혹은 얼음  
                       김 종 제 
한 세상의 들판에 
가을걷이 잘 하고 
마른 짚더미에 불을 질렀더니 
그 속에 뼈만 남았다 
열매 다 먹고 뱉었더니 
씨 같은 
당신 하나만 남았다 
햇볕에 
녹지도 않는 얼음 덩어리였다 
부러뜨릴 수도 없이 단단한 
가시 투성이었다 
목에 걸린 것이 
날카로운 뼈 같은 세월이었다 
발에 밟힌 것이 
빙판의 얼음 같은 시절이었다 
한 동안 당신이 건네준 손도 
당신의 전해준 말도 
뼈거나 얼음이었다 
가슴속에 
날카로운 칼날이 되었다 
멋도 모르고 꺼내들고 
이리 저리 사방으로 휘둘러댔다 
잘 익은 과일처럼 
살갗에서 단풍 터지더니 
허물 같은 낙엽 벗겨지더니 
뼈가 드러났다 
눈 내리고 얼음 얼었다 
한 세상이 고스라니 옷 찢겨졌다 
내가 들어가 누울 자리가 
빙하氷河같이 깊고 아득했다 
출처 : 뼈 혹은 얼음
글쓴이 : 구석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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