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면서...
글/ 이 문 주
당신을 사랑하는 날 부터
필요 없을 것 같아 이별은 준비하지 않았다
바람은 언제나 스치고 만다는 것을
구름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강물은 흘러간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내 곁을 떠난다는 당신은 생각하지 못했다
늘 바보의 이름으로 불렸지만
당신만 그렇게 불러주기를 원 한 것이지
다른 이들에게 불리고 싶은 이름은 아니었다
모두가 싫어하는 단어 "미련"은 나에게
당신을 잊어버리지 않게 했고
"집착"은 당신을 더욱 그립게 했다
어디에 있어도 당신 그림자는 느낄 수 있었고
당신은 내 가슴 차지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먼 산 해 그림자 낮은 곳으로 흐르다
작은 창 틈사이로 스며드는 시간이면
기다림 속으로 찾아 들던 당신
겨울이 깊어가고 먼 바다 건너 준비한 봄이
기웃거리고 있어 사랑은 봄볕으로
따뜻하게 변해 갈 줄 알았지만
머물러야 할 당신은 먼 길 떠날 채비로 바쁜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이별은 예고 없이 날아온 계고장처럼
가슴은 덜컥 내려앉고
두 다리는 후들거리다 주저 앉아버렸다
당신이 남긴 추억은 흐르다 사라질 물거품
당신이 바라는 꿈 찾아 떠나가도
도저히 막아 설 수 없는 초라한 마음
내 사랑은 그렇게 눈 속에 묻혀가고
나의 계절은 깊은 잠속에 빠진다
침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