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完成) 김 종 제 열매 다 빼앗긴 은행나무의 노란 이파리가 미련없이 땅바닥을 향해 몸을 날린다 아마, 제 살점을 뜯어내어 혈서 쓰려고 하나 보다 숨을 거두며 피로써 적어 놓은 마지막 저 글자 걸음을 멈추어 서서 읽는다 세상에 몸을 부딪혀 힘들게 그가 얻어낸 것 원하는 자 누구에게든지 다 주었으므로 자랑도 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 삶의 문을 닫고 있다 나무 하나가 이룩해 놓은 업적으로 내 눈이 맑아지고 내 가슴이 뛰고 내 발이 가뿐해지는 것이다 그가 만든 작품으로 비로소 내가 숨쉬는 것이다 육필肉筆로 적어놓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길로 온전하게 사라져 가는 저것을 무엇이라고 읽을까 언젠가 나도 목숨 놓으면서 몸으로 글 하나 쓰고 싶다 완성完成이라는 글자 말이다 |
스토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