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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아름다운 고백...

  
     아름다운 고백   
                       김 종 제 
가을은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상처로 얼룩진 치부(恥部)를
드러내는 때라는 것을
알겠다  이 가을에는
과수원에 갔더니
고만고만한 사과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단단하게 여문 과실(果實)로
속내를 털어놓고 있었고
산사에 갔더니
활활 타오르는 꽃무릇들이
짙은 빛깔의 화순(花脣)으로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러니 불혹의 가을도 
한참 지나서
당신과 내가 만났으니
사랑을 나눌 삶이 너무 짧다
전생에 맺은 인연이 너무 길다
천명(天命)처럼 겨울이 오기 전에
나도 저들처럼
아름다운 고백을 해야겠다고
세파에 무딘 살갗을 열어
열매 가득 보여주며
고달픈 인생살이 하소연하는
사과나무가 되든지
미쳐 죽도록 보고 싶다고
혈서로, 문신으로
단심(丹心) 가득 보여 주는
꽃무릇이 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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